Long Way 200911-5-1
Robbie Williams - Supreme
라오의 지방에선 새벽 5시부터 일상이 바쁘게 시작된다. 모녀는 함께 아침을 준비하며, 그리고 딸들은 여명이 밝기도 전인 이 시간부터 틈틈히 무엇인가를 짜기도 하며..
어젯 밤 내가 자는 사이, 낚시를 나간 아버지가 잡은 생선, 개구리, 소라 등이 아침의 반찬으로 준비되고 있다.
집 앞 공동 세면장 주변 주민들이 하나 하나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 래도 이 마을은 전기도 들어오고, 나름 부유한 부촌(?)이라 생필품 공급엔 큰 문제가 없을 듯 하지만.. 주민이 가져온 세면 바구니의 칫솔 일부는 벌어지고 심각하게 헤어져 있다. 하물며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많은 인도차이나 지방 마을의 아해들이 제대로 된 칫솔을 쓰고 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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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모두 외출을 하였고.. 위엥짠에서 유학을 하다 귀경한 16살 큰딸과의 아침 식사가 끝나자 딸은 나에게 요구한다.
"'피' 숙박비를 주세요!"
"얼마주면 될까?"
"'피'가 알아서 주세요~"
이미 나의 주머니엔 3만K을 따로 준비해 두었다. 출발 전 어머니에게 전해 주려고 했건만, 딸이 나에게 직접 민박비를 요구함에 순간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명확한 를 정리하는 순간이다. 정말 우리와는 상이한 여러가지 상황과 경우의 수를 가늠하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들런지 모른다.
서 구적 흥정과 계약 질서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사전에 그 금액과 댓가성을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이러했다면 갈등과 오해가 야기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타이. 라오스 등과 같은 곳에선 물질적 와 '남짜이'의 경계선에 애매모호하게 존재하는, 이방인이 이해하기 힘든 <의미>가 존재한다.
즉.. 까올리나 서구적 관점에선 결코 지불 계약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는 그 무엇인가 '남짜이'성 가치지불을 바라는 상황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불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상대는 <돈을 달라>라는 요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로칼에선) 그렇지 않고서 <돈을 달라>라고 말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아주 부끄러운 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Xanakhan으로 달려간다.
"사바이디! 무서버 하지 말아요~"
"사바이디~!"
나름 큰 동네의 주유소에서 주유를 한 뒤, 펑크를 발견한다. 대못에 튜브가 쭈욱 나갔다. 불행중 다행이다. 가까이 수리점이 있는 이곳에서...
기술자가 도매상에서 사들고 온 튜브는 정확한 사이즈가 아닌, 프리 사이즈적 중국제 튜브이다. 이것으로 바꿔 끼웠다간 뒷감당이 안될 수 있다. 다른 것도 아닌.. 타이어 펑크와 직결되는 튜브인지라..
다행히 이번 장정에 비상용으로 준비해 둔 타이제 정사이즈 튜브를 건네어 장착시킨다. 라오를 비롯한 캄보디아에선 타이제 모터바이크 부속품들은 중국제보다 고비용과 고급을 의미한다.
Xanakhan으로 가는 길은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딸릉이가 누구냐~ 이정도 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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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 지방의 외진 길에서 AK로 무장한 허름한^^ 이들과 조우하더라도 놀라지 마라!
전기/통신/교통/도로 등의 제반 여건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많은 라오 지방에서, 이들의 존재는 즉결심판의 권능을 가진 지역 치안의 유지자이자, 주민들과 여행자를 보호해줄 수 있는 보호자이기도 하다.
간식을 먹으며 루트와 위치를 체킹한다.
길은 너무나 거칠어졌다. 바퀴가 빠져 꼼짝할 수 조차 없다. 혼자서 빼려고 용을 쓰다 힘이 소진되기 시작한다.
. 뜨거운 태양아래 호흡은 거칠어져만 가고
, 심장은 터질것만 같다.
빠지고 또 빠지고... 나의 자력만으로 빼는 것이 힘든 포인트에선 그냥 넉다운되는 심정이다. 통행인이 시간당 1-2팀인 이 곳의 땡볕 아래에서, 탈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오프도로로 진입하면 할수록, 나와 딸릉이가 감당할 수 없는 진흙탕이 반복된다. 더구나 이 도로는 마을간을 횡단하는 차량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도로가 제대로 정비될리가 없다. 진행하면 할수록 더욱 엉망일 것이다.
빠지고 또 빠지고..
라오의 빡라이, 루앙남타, 퐁살리 지역등의 오프는 매일 적지 않은 횡단 차량들로 인해, 도로가 끊임없이 복구 수선되며 차량들이 서고 멈추고를 반복한다. 특히 많은 동네 주민들이 그러한 도로 복구 현장에 나와 있으므로 인해, 도로를 횡단하는 운전자들과 함께 그러한 위기를 '추어이깐'(Help)하며 탈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몇 번이나 진흙탕 속에 빠져 운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반복된다. 뜨거운 태양아래 몇 번의 탈출을 반복하다 진흙탕에 빠진 딸릉이를 잡고서 몇 십분을 기다려야 지나가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간신히...정말 간신히 딸릉이를 빼기를 반복한다. 뒷짐을 내리고 다시 올리기를 반복하며..
마침내 난 조금의 기력도 남아있지 못하다. 그들이 나의 딸릉이를 간신히 빼내어 위치이동 시키는 순간 , 난 바닥에 KO되어 그들이 끌고가는 딸릉이를 바라보며 이렇게 인증샷을 남기는 것 외엔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그렇다고 그러한 진흙탕에서 탈출함에 도움을 주는 이들이, 이 땅이 신성한 사회주의 국가라서 무료봉사만을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나의 도움 요청에 즉각적 액션을 피하며 얼버무린다. 그러함 역시 이 곳의 의 흥정이다. 나에겐 전혀 다른 무엇을 생각하거나 선택할 여유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피' 도와주면 5천KIP 줄께요 "
"그래요...그럼..."
5천K이 아니라...1시간만에 1-2팀 지나갈 구세주가 5만K이라도 달라고 하면 흔쾌히 줄 것이다.
몇 번 그러함을 반복하다, 마침내 완전 탈진 상태다. 이미 체력은 바닥나 버렸다. 한 걸음 움직이는 것조차 버겁다. 도로 가장자리 자그마한 나무 그늘을 헤집고 누워 버렸다. 1시간 가까이 시간이 흘러서야 약간의 힘을 찾는다.
너무 과감하게 달려가다 오늘이 나의 끝이 될런지 모른다는 공포감과 한계 상황이 엄습한다. 딸릉이의 안장에 올라 운행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그래 STOP이다. 지금까지 거듭되는 장정에 나서 한 번도 가는 길을 STOP한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이 루트는 나로선 한계상황임은 분명하다. 결코 단독 운행으로 뚫고 갈 수 있는 루트가 아니다. 최소 2명 이상이 함께 끌고 당겨야 할 코스이다.
길고 짧게 살자. 내가 지금까지 큰 사고없이 달려올 수 있었음은... 난 겁이 많고 적당히 비겁해서이다.
STOP할 때를 놓치면 피박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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